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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의 단상

  • 관리자
  • 조회 797
  • 2021.12.19
주일의 단상
 
년 같았으면 연말 송년모임을 갖는다고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왔을 시간이다.
그런 연락을 받게 되면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무엇인가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는 과연 송년 모임을 가져야 할만큼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는가?’ 하는 자문 때문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의 허리춤마다 나름대로의 매듭을 지어놓고 그 매듭마다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썼지만
, 어느 것 하나 마음에 흡족함이 없으니 덧없는 시간만 탓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문득 이런저런 이유로 그리움과 함께 떠나버린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홀로 앓는 한 성도의 아픔이 느껴졌다.
자만에 빠질 때 주시는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숨을 수 있는 피난처가 되었다면 오늘 이렇게 그리움을 남기지는 않았을 텐데….
 
날 어느 선승은 참선 공부는 성과가 없는데 덧없이 하루를 또 보내버린 것이 답답해서
해 질 녘만 되면 다리를 뻗고 앉아서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울 수 있는 현명함만 있어도 최소한 자만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앞에 다 무력하다.
일분, 일초도 뒤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진 분초마다 내 자신을 재고 계실 주님 앞에서 나의 행한 일들에 대한 평가가 어떠할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날에 느낄 무력감은 무엇으로도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교회에서 관광차를 불러 소록도로 신앙순례를 갔다고 한다.
곡성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 하는데 중량 초과에 걸려서 티켓이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바닥에 깔린 대형 저울이 작동한 것이다.
기사가 뒤에 탄 사람들은 앞바퀴가 있는 앞으로 오라고 하고 다시 아주 천천히 진입하자
그제야 통과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인생의 앞길에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달력을 넘기고 이 세상과 영원한 세계의 인터체인지에 있는 톨게이트에 설 때
이 땅에서의 온갖 폐기물 같은 군더더기들 때문에 중량 초과로 걸리게 되지는 않을까?
12월의 셋째 주일에 남은 한 해의 날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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